대통령 탄핵을 이끈 문형배 재판관과 그의 스승 어른 김장하 선생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대한민국 헌정사에 한 줄이 새겨졌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며 파면을 선고했습니다.
전원 일치의 이 결정은 오랜 시간 법관으로 헌법의 가치를 지켜온 문형배 헌법재판관의 이름을 대중에게 다시 각인시켰습니다.
그의 이름이 뉴스와 검색어 상위에 오르자, 자연스럽게 함께 언급되기 시작한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김장하 선생입니다.
문 재판관은 학창 시절 김장하 선생의 장학 지원을 받으며 공부했고, 훗날 법조인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인연은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김장하 선생을 만나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문형배 재판관은 2019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김장하 선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저는 경남 하동에서 가난한 농부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독지가인 김장하 선생을 만나 대학 4년간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김장하 선생은 한약업사로서 번 돈으로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하여 국가에 기증하셨고, 수백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했으며, 형평운동기념사업회와 진주오광대 복원사업, 경상(국립)대학교 남명학관 건립 등 좋은 일을 많이 하셨습니다. 선생은 제게 자유에 기초하여 부를 쌓고 평등을 추구하여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며 박애로 공동체를 튼튼하게 연결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몸소 깨우쳐 주셨습니다.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사회에 갚으라'고 하는 말씀을 하셨고, 저는 그 말을 한 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법관의 길을 걸어온 지난 27년 동안 한결 같은 마음으로 대한민국 헌법의 숭고한 의지가 우리 사회에서 올바로 관철되는데 전력을 다했습니다. 그것만이 선생의 가르침대로 우리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는 길이라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지금까지 간직한 저의 초심은 언제나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형배 헌법재판관, 그리고 그 뒤에 있었던 어른 김장하
문형배 재판관은 진주 출신으로, 고등학교 재학 당시 김장하 선생의 장학 지원을 받아 학업을 이어간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훗날 “그 가르침 덕분에 지금 내가 이 길 위에 설 수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김장하 선생은 한약방을 운영하며 수많은 청년들의 학비를 지원해왔고, 그 가운데 문형배라는 이름은 대한민국 헌법을 지킨 재판관으로 성장했습니다.
김장하, 조용한 거인의 삶
김장하 선생은 1940년대 경남 사천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19세에 한약업사 자격을 취득하고 진주에서 남성당한약방을 50여 년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번 돈을 단 한 번도 자기 자신을 위해 쓰지 않았습니다.
학생, 시민단체, 인권운동, 여성단체, 전통문화 등 지역사회 전체에 아낌없이 환원했습니다.
- 1,000명 이상의 학생에게 장학금 전달
- 여성평등기금 조성으로 가정폭력 피해여성 지원
- 진주문고, 진주여성민우회, 극단 현장 등 지역문화예술단체 후원
- 형평운동기념사업회·진주문화연구소 설립
- 진주 명신고 설립에 사재 100억원 출연 후 국가 헌납
- 남명학, 진주오광대, 솟대놀이 등 전통문화 재조명 지원
- 익명후원, 언론 노출 거부, 인터뷰 거절 원칙
- 자전거 출퇴근, 검소한 삶으로 실천한 나눔
그는 돈이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흘러버리면 거름이 되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철학 그대로 살며 진짜 어른이 되어 대한민국에 선한 영향력을 남겼습니다.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다시금 재조명되다
김장하 선생의 삶을 담은 MBC 경남의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는 2023년 11월 15일 개봉과 함께 호평을 받았습니다.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교양 작품상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이 작품은 김장하 선생의 자취를 따라가며, 그에게 장학금을 받았던 수많은 시민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김장하 본인은 직접 출연하지 않았고, 제작진의 수차례 요청에도 “나는 인터뷰하지 않는다”며 거절했습니다.
<어른 김장하>는 지역 다큐로는 이례적으로 제59회 백상예술대상 교양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고,
언론인 손석희, 가수 이승환, 이동욱 등 다양한 유명 인사들이 SNS와 방송을 통해 "진짜 어른의 이야기",
"우리 사회가 잊고 살았던 가치"라며 극찬을 보냈습니다.
이후 문형배 재판관의 탄핵 판결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그의 삶과 철학에 영향을 준 김장하 선생 역시 자연스레 주목받으며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무리하며
김장하 선생은 돈으로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람 하나를 바꾸면, 그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으로 조용히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그 손을 잡은 한 소년, 문형배는 자라서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는 헌법재판관이 되었고,
2025년, 그는 역사적 탄핵 판결에 참여하며 진정한 ‘정의’를 선택했습니다.
가르침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진짜 어른 한 사람이 남긴 가치는, 오늘도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있습니다.